박양자 매듭장

▲ 박양자 매듭장

옛날 동양화의 세계에서 문인화가라 하면 그림 그리기를 스스로 즐겨 자신의 심회를 그림의 언어로 표현할 뿐 그림을 팔아 돈으로 바꾸지 아니하는 작가를 일컬었다. 그러면서도 문인화는 회화사의 큰 줄기이자 회화사에서 높이 평가되고 회화사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왔다. 박양자 매듭장의 작품하는 모습을 지켜보면 문득 문인화가와 같은 마음과 자세로 매듭을 맺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매듭은 한결같은 꾸준한 자세와 인고의 세월을 견뎌야 어떤 경지에 이룰 수 있는 작업이라고 이야기 된다. 전통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와 자부심이 있어야 함은 물론이고 그 전통을 다음세대에 보여주고 이어지기를 간절히 바라야만 되는 일이다.

인고와 보람의 세월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다양한 매듭을 통해 박양자 매듭장의 40여년 매듭 이야기를 들어 본다.

Q 지금까지 매듭에 종사해오신 계기가 있다면?

저와 매듭의 인연은 1972년 국립중앙박물관의 학예연구실 미술부에서 근무하던 때 시작되었습니다. 김희진 선생님의 다양한 매듭작품을 처음 접하면서 그 아름다운 색채와 조형미에 깊은 감동과 환희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작품이 존재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에 빠지게 된거죠. 그 후 김희진 선생님의 이수자가 되었고, 지금은 고인이 되신 최순우 관장님과 정양모 관장님, 박영규 교수님의 후원으로 매듭의 길을 걸어가고자 결심하게 됐습니다.

 
Q 40여 년간 매듭의 길을 걸어오셨는데요.

처음에는 매듭의 아름다운 색채와 조화미에 빠져들어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초기에는 다양한 공예전에 응모하며 활동작품에 매진해 왔습니다. 그 후 80년대 초에 결혼을 하면서 많은 작품 활동을 하진 못했지만, 가사와 병행하면서도 꾸준하게 매듭의 끈을 놓치 않았고, 지금의 개인전시회를 선보일 수 있었습니다.

Q 그간의 활동에 대해 소개해 주신다면?

이번 개인전은 제 첫 번째 개인전으로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사랑 그리고 가감 없는 조언과 평가를 받아 볼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들이었습니다. 1981년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오는 한국매듭연구회 회원전에 26회 째 작품을 출품하고 있습니다. 또한 1983년 일본 동경에서 열린 한국매듭연구회 회원전을 시작으로 1997년 미국 뉴욕, 1999년 프랑스 파리, 2004 일본 오사카까지 총 4회의 해외 특별전에 참가했습니다.

Q 혹 다른길에 대한 아쉬움은 없는지요?

매듭을 좋아서 시작했고, 매듭을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다는 불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매듭은 제 삶에서 가장 가치 있는 일이 되었습니다. 주위에선 종종 매듭 작품 활동을 통한 경제적인 부분의 물음을 해오곤 합니다. 그러나 저는 지금까지 매듭작품 활동을 해오면서 단 한 차례도 경제적인 사항과 결부 시켜본 적이 없습니다. 또 작품의 외관으로 많은 투자를 했겠구나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하나의 작품을 천천히 다 수작업으로 준비해왔기 때문에 큰 부담을 느끼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매듭에 대한 열정으로 지금까지 작품활동을 해왔을 뿐입니다. 이 때문에 다른 아쉬움이 남지 않습니다.

 
Q. 작품활동 이후, 처음으로 개인전을 갖게 되셨는데요.

이번 개인전을 준비하다보니 지난 시간들이 가슴 가득 되살아나 다시금 작품 하나하나에 깊은 애정을 느끼게 됩니다. 또한 이를 선보이려 하니 마음이 몹시 설레입니다.

이번 개인전시회는 전 생애를 한국매듭문화 발전에만 전념해 오시면서 엄격한 가르침을 주신 김희진 스승님이 계셨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이번 전시회를 열면서 다시 한 번 그 은혜에 머리숙여 감사드리며, 선생님의 가르침과 깊은 뜻을 늘 가슴에 간직하면서 열심히 살아가고자 합니다.

매듭과 인연을 맺은 지난 40여 년 동안 저는 쉽지 않은 이 길을 오로지 순수한 열정과 인내심만으로 걸어왔습니다. 시간을 쪼개서 명주실을 염색하고 한 올 한 올의 실로 끈을 짜서 이어 맺은 작품 중 자수, 누비, 조각보, 침선 등 다수는 이 분야에 솜씨는 부족하지만 용기를 내서 직접 배우고 정성껏 만들어서 매듭작품에 반영해 본것들입니다.

오랫동안 개인적으로 힘든 시간이기도 했지만, 보람과 자부심 그리고 마음의 위로와 평화를 얻은 행복한 순간들이었습니다. 막상 개인전을 열고자하니 여러 가지로 미흡하여 부끄럽고 아쉬운 마음이 있으나 용기를 내어 한자리에 모아 보았습니다.

     
 
 
Q 현대사회는 속도가 속도를 앞질러야 하는 문화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매듭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늘상 실용적이라 하면, 빠르고 간편한 것을 떠올립니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느림을 견뎌내지 못하는 듯 보입니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초침의 속도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는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데 짧으면 수개월 길게는 수년을 소요합니다. 하루하루 조금씩 진척되는 과정 속에서 일상생활에서 느끼지 못한 많은 것들을 깨닫게 됩니다.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느끼고, 더 많이 생각하게 되는 거죠. 하나의 작품이 진정한 울림을 자아낼 때, 그 작품은 분명 인고와 인내의 시간을 담아 내고 있습니다. 그 울림을 느낄 수 있는 것 또한 느림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빨라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때론 느림이 빠름을 앞지르기 때문입니다.

Q 마지막으로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저의 이번 개인전의 영광이 있기까지 아낌없는 격려와 응원을 해주신 박영규 교수님께 거듭 감사를 드리며, 특히 악기를 대여해주신 악기장 이영수 선생님, 누비·침선 등을 지도해주신 권연선 선생님, 그리고 한국문화 보호재단 관계자, 한국매듭연구회 회장님과 회원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전시회에서 만난 여러분들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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